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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21
2011.08.31 (07:58:36)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기전 어항에 플래티라는 열대어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약 10 갤런쯤 되는 어항에 두 마리의 고기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었는데, 많이 먹고 잘 자라라는 뜻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몇 주가 지나 어항에 물이 많이 탁해져서, 필터를 갈아 보기도 하고 물갈이도 해 주었지만 상태가 좋아 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발견한 것이지만, 다 먹지 못하고 갈아 앉은 먹이가 어항 바닥과 자갈 속에 수북이 쌓여 있어서 물을 흐리게 하고

아무리 물을 갈아 주고 필터를 돌려받자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후로 두 주 동안 새로운 먹이를 주는 대신 하루에 두 번씩 긴 작대기로 어항 바닥까지 휘저어 놓았습니다. 

그러면 갈아 앉아 있던 먹이가 물위로 떠오르고 고기들은 신나게 그 것을 먹었습니다. 

거의 2주 동안 그렇게 하고 나니, 바닥에 쌓여 있던 먹이도 거의 없어지고 물도 맑아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유난히 뽈록한 고기가 있어서 아직도 먹이가 너무 많은가 생각했는데 조금 있다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습니다. 

플래티라는 열대어가 알이 아니라 새끼를 직접 낳는 고기라는 것도 처음 발견했구요. 

그 후로 열대어 두 마리로 시작한 어항에는 수십 마리의 플래티가 살게 되었고 

기회 있을 때 마다 이웃들에게 고기를 입양해 주기에 바빴습니다.


요즘 어디나 말씀과 신앙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교회 뿐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들을 통해 복음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양들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각종 프로그램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교회와 조금만 찾아보면 들을 수 있는 설교와 성경공부, 그야 말로 말씀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복음을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분명 좋은 것 일텐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세상에서 지탄 받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 것들이 마치 어항 속 열대어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던 먹이와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 먹지도 소화 시키지도 못한 먹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것들을 통해 우리의 영적 삶이 풍요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혼을 혼탁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예수가 가르치지도 않았던 가르침이 복음이 되고, 

생명이 될 수 없는 공허한 말씀들의 홍수는, 그저 물속에 떠돌며 어항을 흐리게 하는 먹이와도 같이 

오히려 우리의 신앙을 부패 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교회에는 더 많은 프로그램이나 교회 안의 모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 까지 홍수처럼 쏟아진 말씀의 옥석을 예수의 복음에 근거해 구별해 내고, 

그 말씀을 먹는, 그러니까 그 말씀대로 삶속에서 실천하는 훈련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수가 가르친 복음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일, 그리고 그 말씀을 단순한 삶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복음을 여러 가지 세상의 가치로 포장하고 왜곡해서 쏟아 놓는 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복음의 말씀을 공부하고 선포하는 일을 그만 두자고 하는 것이냐고 항의할 분들이 계시겠지만, 

우리의 욕망과 세상의 가치로 포장되고 왜곡된 말씀에서 거짓된 껍데기들을 벗겨 내고 복음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복음의 본질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그 삶을 통해 예수가 가졌고 보여 주셨던 가치관대로 사는 것이고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복음은 부자 되기 위한 복권도, 건강해지기 위한 영약도 또 성공하기 위한 주술도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의 삶을 닮아가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누리는 것이고 그 평안을 이웃에게 끼치는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제자된 우리들의 임무는 복음의 작대기가 되어 세상의 가치에 함몰되고, 

왜곡된 말씀으로 참 복음의 능력을 잃어버린 교회와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각 사람 속에 주셨던 그분의 형상을 깨닫게 하고, 

그 깨달음의 기쁨으로 하나님과 나, 그리고 나와 이웃들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것이 2천년전 예수가 했던 일입니다.


복음은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는 것이라는 어떤 선배 목회자의 말씀이 제 마음을 울립니다. 

소리 지르고 떠들어 대는 복음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서 향기가 나는 복음, 그런 복음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목회자의 가장 큰 임무는, 듣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목회자의 생각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이미 풍성하게 주신 그 말씀을 스스로 깨닫게 돕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도구로 쓰이는 작은 막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접받고 높아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예수처럼 섬기는 자리에 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복음의 비밀을 발견하고 그 복음의 말씀에 따라 살 때, 

새끼를 낳아 그 어항을 벗어나고 이웃에게 전해졌던 플래티처럼 진정한 의미에서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제 분명히 개교회의 지나친 양적 성장과, 물질적 성장의 추구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인 것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권력과 돈, 명예와 대접받음에 익숙해진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예수의 제자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믿음의 대가를 세상의 가치로 받으려는 사람들은 이미 그 대가를 스스로 취해서, 

하늘에서 주님이 주실 것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배부르고 높아지고 편안해진 교회를 향해 하나님의 준엄한 경고는 성경의 말씀 속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회개와 변화를 위해, 그 경고의 작대기가 되는 것이 직분 맡은 이들의 몫인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얘기들을 많이 쓰라는 지인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조금 무겁고 긴 글을 쓰게 됐습니다.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는 주님의 말씀이 오늘 제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이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가느다란 초승달이 이제 점점 풍성한 보름달로 차 가겠지요. 

여러분의 영혼과 삶도 그 모습처럼 밝고 넉넉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플래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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