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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06
2011.08.24 (12:34:23)

어제 오후에는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층 서재에 있는데, 집이 아주 살짝 떨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창문 쪽을 바라보니, 블라인더의 손잡이가 가볍게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무슨 큰 공사를 하나 보다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얼마 뒤 뉴스를 접하고야 

그 흔들림이 미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인 것을 알았습니다. 


집에 돌아온 딸아이와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조용히 묵상하고 있었던 제 주위환경 때문에 작은 진동도 감지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공식적으로 5.8 강도의 지진이 미동부에 일어났으니, 별 피해는 없었지만 이 지역에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삶을 살면서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주위에 일어나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 조용하지만 소중한 언어들에 눈을 감고 귀 막고 살 때가 허다 하구요. 

그 것들이 작고 하잘 것 없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분주한 내 삶이 잠잠하게 집중하여 그 소리를 듣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우리가 꼭 지키고 시간을 보내야 할 것들이 세상에는 많은데, 

우리는 그것들을 여러 가지 핑계로 그냥 지나쳐 보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닥친 일들이 급하고,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 같지만, 

그러 분주함 속에서 삶에 정말 중요한 일들은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세하게 들리는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한가한 사람의 사치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회안에서도, 아무리 중요한 복음의 가르침이라해도

현실과 당장 연관되지 않는 것이라면 고리타분한 것이 되어 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매일 매일 생존을 위해 고생하며 어두운 골짜기를 가는 우리의 이웃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까지도 많이 먹고, 많이 가지고, 더 높아지려는 내 욕심의 연장선에서만 의미를 가지게 된 다면 

그 것은 변질된 복음입니다. 

예수를 통해 얘기 하시는 복음과, 지금도 우리의 영혼을 향해 속삭이는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관심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은 모래위에 쌓은 집일 뿐입니다.


기도가 일방적 외침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소통이고 대화라면, 

답답하고 간절한 마음을 쏟아놓는 간구에는 그 분의 목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침묵이 꼭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도가 넋두리나 욕망의 외침이 아니라 영혼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일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위의 사람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마음속의 말들을, 정성을 다해 경청해 주는 일에 너무도 인색합니다. 

“말” 들은 차고 넘치는데 대화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떠들어 대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짧은 한마디 말속에 숨겨져 있는 절절한 심정, 그 작은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질 않는다면 

우리는 소통없는 살벌한 세상에 사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시끄러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영혼과 귀를 다시 훈련해야 합니다. 

내 속에서 얘기하시는 그 분의 목소리를, 나와 간절히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잠잠히 듣는 시간이 정말 필요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자기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말, 화려한 표현들이 필요하다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이 되었던 소통은, 

진실한 마음으로 나를 보아주던 시선과 따뜻한 손길, 그리고 질문없이 함께 해주던 시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 시선과 손길 그리고 함께함이 있었기에 그 분들의 몇 마디 말은 세상 어떤 웅변보다 제게 크게 울렸습니다.


여러분도 삶속에서, 아무리 누군가와 소통하려 해도, 꽉막힌 벽앞에 선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내가 누구에겐가 그런 막힌 벽이 아니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 답답함을 기억한다면  

그것이 나와 하나님과의 벽이든 나와 사람과의 벽이든, 이제는 그 벽들을 잠잠히 들음으로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 소리들을 들을 수 있을때 우리는 진정,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행복한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 

내 마음속에 이야기 하시는 하나님의 소리, 

내게 다가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좋은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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