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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287
2011.08.04 (08:27:23)

제게는 어릴 적부터 음식과 사람에 관한 몇 몇 기억들이 있습니다. 

네다섯 살쯤이었던 것 같은데, 충청북도 청주에 살았습니다. 

청주 석교동이란 곳이 아직도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던 때였습니다. 

농사짓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동네에 나가면 누구나 다 알고 지내는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어머님이 밥 챙겨 먹이기가 힘들 정도로 나가 놀기를 좋아 했던 저는, 아침부터 늦게 까지 들이며, 산이며 포도밭이며 동네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아침을 먹고, 때로는 아침도 먹기 전에 동네로, 나가 놀았던 것 같습니다. 

밥도 먹지 않고 나가서 논다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엄마 저는 늘 잘 먹고 다녀요” 하고 호기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제 나름대로 믿는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던 할아버님, 할머님께서 계셨는데, 저를 아주 좋아 하셔서, 

시도 때도 없이 나가 놀기 바쁘던 저를 끼니때가 되면 늘 챙겨 주셨습니다. 

그 집 가까운 곳에 제가 놀기 좋아 하는 물 없는 우물과 포도밭이 있어서 하루 종일 그 앞에서 놀다 보면,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저를 불러 밥이며, 고구마며 옥수수 등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아침 댓바람부터 그 집에 가서, 불청객으로 아침까지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침부터 남의 집에 보내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시고,

집에서는 여러 가지 반찬을 해 놔도 잘 먹지 않던 제가, 그 곳에만 가면 무엇이든 너무나 맛있게 잘 먹는 걸 신기해 하시던 어머님이 

그 집에 몇 번이나 들려, 넉살 좋은 아들 때문에 고개를 조아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롭게 사시던 노부부께서 저를 귀여운 손자처럼 생각하고 정을 듬뿍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생각나지 않지만, 기억에도 아련하게 시골집 마루와 그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그 분들이 주셨던 음식은 어린 저에 대한 사랑이고 관심이었기에, 

입맛 까다로왔던 개구쟁이 아이에게도 진수성찬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음식은 우리에게 사랑과 정의 표현이고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귀하게 생각한다는 또 다른 고백입니다. 

그래서 함께 먹고 나누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교제 속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누구를 위해 음식을 정성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미워 할 수 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좋은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장난 심하고 말썽 많이 부렸던 저는 어머님께 혼이 날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크게 혼내기 전에, 어머님은 늘 맛있는 음식을 먼저 넉넉히 먹여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심하게 혼이 나도, 

아마 든든히 배가 불러서 인지, 또는 

나를 위해 이렇게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어머니가 아무리 무섭게 회초리를 들어도, 

나를 위한 것이겠지 라는 믿음이 있었는지. 

어쨌든 배부른 후 맞는 회초리는 아파도 저를 노엽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아내에게 듣는 음식에 관한 두 가지 핀잔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음식을 너무 빨리 먹는 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손님만 오면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습관은 어려서부터 덩치 큰 동생들과 경쟁하다 생긴 것 같고, ㅎㅎ 

두 번째 과식 하는 습관은 목회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생겨 버린 습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사람들과 음식과 삶을 함께 나누는 일들을 너무 좋아 합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늘 음식 장만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조금 미안하기도 하구요.


17년 전 딸아이 아람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아주 위급한 상황에 있어서 모두 절망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급히 한국에 도착해 병원 면회시간을 기다리던 저를 데리고 가까운 삼계탕 집에 가셨습니다. 

눈물과 함께 음식을 먹던 저를 아무 말 없이 안타깝게 바라보시며 위로하시던 아버님이 생각납니다. 

그때 그 음식은 제 마음을 위로하는 아버님의 따뜻한 손길 같았습니다. 

전에도 좋아 했지만, 그 이후 삼계탕은 제게 몸만 아니라 마음도 푸근하고 살찌게 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일예배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오병이어로 5천명을 먹이신 말씀을 가지고 함께 묵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랐던, 그리고 예수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세례요한의 억울한 죽음이후 

몸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가셨던 예수님, 목자 없는 양처럼, 실망과 공포의 마음으로 예수를 찾아 온 수많은 사람들, 

그들을 보며, 그 들의 배고픔을 먼저 생각하셨던 예수님의 얘기가 기적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들에게 무엇인가 먹이고 싶어 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내가 만난 많은 분들 속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음식에 얽힌 이런 저런 추억들, 이른 아침 허기를 느낍니다.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샬롬


오병이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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