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년간에 계약기간이 끝난 셀폰을 새로운 회사로 옮기면서 전화기를 요즘 나온 스마트 폰으로 업그레드 했습니다.
작은 폰으로 기본적인 웹서핑은 물론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 컴퓨터처럼 쓸 수가 있어서,
네비게이션과 MP3 플레이어, 심지어는 어느 곳에나 늘 가지고 다니던 작은 성경책도 대체 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 폰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가장 인기 있는 무료 게임인 Angry Birds 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다운로드해서 플레이 해 보았는데, 간단한 컨셉에 아주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새들이 알을 훔쳐간 돼지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복수의 구체적 방법은, 큰 새 총에 총알이 된 새들이, 몸을 던져 돼지들을 정확히 맞추거나
주변의 구조물을 부셔서 옆에있는 돼지들을 모두 없애면 성공하는 형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새총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Sling Shot Machine 에 총알이 되어 날아간 새들이
돼지들을 모두 죽이면, 주위의 새들이 만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문득 돼지들뿐 아니라, 총알로 쓰인 새들이 결국 모두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돼지들을 죽여서 복수하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에 성공하려면, 결국 새들도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이것이 동료 새들이 정말 환호할 일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간단한 컴퓨터 게임의 내용을 가지고 별 생각을 다한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네 세상살이가 점점 이 앵그리 버드를 닮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분노와 미움에 사로잡혀 복수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일들이 세상에는 수도 없이 일어 납니다.
또 상대방을 파괴하려는 분노의 마음에 눈이 멀어, 옆에서 인간성을 잃고 죽어가는 이웃들의 모습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복수에만 환호하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세상이 바로 이런 미움과 분노에 눈이 멀어 버리고, 전쟁의 소식과 싸움의 소식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분노와 미움의 끝은 결국 사망입니다.
그래서 용서가 남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 뿐 아니라 자기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님이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고 복음이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싸움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자기 파괴적 행위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사람들의 가치에 눈 뜨게 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넓이와 깊이가 점점 커지는 것 일 텐데,
사랑한다고 하면서 질투와 아집만이 늘어 간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신앙을 가지고 복음을 진정 사랑한다고 한다면,
그 복음의 눈을 통해 이웃과 심지어 원수 까지라도 측은이 여기는 마음들이 커져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내 신앙과 믿음이 깊어 진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이웃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깊이는 점점 천박해져 간다면 무엇인가 잘못 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요즘 우리 교회와 우리의 신앙이 이런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미움을 바른 신앙과 주님을 향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남들뿐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시야를 점점 좁게 닫아 버리고,
주님이 애초에 원하셨던 자유롭고 온전한 삶의 모습에서는 점점 멀어 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 엉뚱한 생각이 앵그리 버드 제작자들과 통한 탓인지,
새로운 버전의 게임에서는 새들이 몸을 날려 다른 동물을 죽이는 컨셉이 아니라,
붙잡혀 있는 새들을 자유롭게 하는 게임도 선보였습니다.
같은 게임이지만, 이왕 자기를 희생할 것이라면,
남을 죽이는 것보다, 갇혀있는 새들을 자유롭게 하고 구해주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목숨을 버리고 자기를 희생하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남을 파괴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남을 살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함을 복음은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예수의 십자가가 그런 희생의 표본이었고, 우리는 그 십자가를 따르는 사람들 입니다.
죽음의 상징인 무시 무시한 십자가가 구원의 상징이 된 이유는
그 위에 달리신 예수의 희생을 통해 세상을 살리는 기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죽이고 파괴하는 삶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고, 자유롭게 하고, 진정한 생명을 주는 일에 우리의 힘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오늘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당신과 애인이 사랑하게 된 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는 얘기입니다.
애인을 만난 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다면 당신과 애인은 진정 사랑하는 것이지요.
애인을 만난 후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온 세상을 미워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사랑 대신
지속 불가능한 열정의 포로가 되어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연애뿐아니라 신앙생활에도 의미있는 말 같습니다.
혹시 우리가 삶속에서 앵그리 버드가 되어 살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조용히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워하거나 복수하는 곳이 아니라,
사랑하고 용서하고 사람을 살리는데 힘을 쏟는 행복한 여러분이 되길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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